도슨트를 신청하면서" 아는 만큼 눈에 보인다 "를 한 껏 경험하고 왔다. 역사와 작가의 의도, 작가의 생애를 듣고나니 그 짧은 시간에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느끼고 올 수 있었다.
앞으로 작품관람할 때는 무조건 도슨트를 활용해야겠다. 고퀄리티로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죽기 전에 이렇게 알차고 아름다운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캔버스에 연필과 물감일 뿐인데, 그 안에 "철학 + 작가만의 색깔(화풍) + 함축적 표현 + 감정 + 열정 + 시간"이 다 담겨있었다. 그리고 보는 사람에게 "느낌"이라는 것을 전달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담았을까? 그래서 작품인 것일까.
그들은 그림을 사랑했고, 가족과 연인을 사랑했고, 나는 그렇게 열렬히 사랑으로 살아간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도슨트님은 빛의 시어터를 감상하기 전에, 그들의 생애와 작품을 간단히 소개해본다.
1. 클림트
클림트하면 에곤쉴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둘의 관계를 이번 도슨트 투어를 통해 알게되었다. 어렸던 에곤쉴레가 클림트에게 제자로 받아달라며 찾아갔었는데 알고보니 천재! 내가봤을 때 둘 다 천재다.
클림튼, 에곤쉴레 유명 작품들을 보면 무언가 뒤틀려 있어서 사실화를 못그릴 줄 알아다. 근데, 둘 다 모두 사진을 촬영한 듯이 매우 정확하게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원근법과 완벽한 비율까지 사실에 가깝게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극장의 관객석"을 보면 얼마나 그가 실사와 같이 세밀하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부르크 극장의 포스터를 맡게된 클림프는 극장을 홍보로 극장의 내부를 그린다. 그리고 그 극장에 참석한 고위관료층 초상화까지 하나하나 새겨넣는다. 보통 화려한 극장을 그리는게 대부분 생각일 텐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천잰대? 이 작품으로 클림프는 더 유명세를 탔다고한다.
그의 꼬마제자 에곤쉴레가 15살때 그린 풍경화다. 이 그림을 보면서 "와, 이것이 천재성이라는 것이구나"를 느꼈다. 그와 나를 비교해보면 내가 미대를 안가길 잘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도슨트님은 조카가 15살이 되어서 미술하고싶다고 하면 이 그림을 보여줄 예정이라 한다. 진짜 잘그리네....!
이 둘의 유명작품을 볼 때, 사실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일까? 싶었는데 역시 무엇이든, 기본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느씬다. 기본 위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으면 비로소 화풍과 작품이 나오는 구나!
어느 날, 클림트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립 대학교 천장에 철학, 의학, 법을 상징하는 천장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천장화를 완성하였을때 대학의 반응은, 이것은 우리를 향한 도발과 진리에 대한 조롱이라며 비판을 받는다. 이유를 보자.
'철학'을 상징하는 스케치부터 그린 후 선공개한다. 이날 대학이 뒤집어집니다. 그림 속 벌거벗은 사람들이 고뇌에 둘러싸여 괴로워하고, 불길함의 상징인 스핑크스가 외려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이들은 그 당시 유행했던 위와 같은 그림처럼 빛나는 이성을 앞세워 진리를 찾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의학"은 추구하는 삶을 미뤄두고 죽음을 부각시켰다는 비판을 받았고,
법학이 지향하는 정의를 표현하지 않고 죄악을 신랄하게 띄웠다는 논란에 휘말린다.
하지만, 클림트가 말하는 철학, 의학, 법학은 다른 의미를 담았다.
의학 -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법 - 정의롭지 못할 수 있다
철학 - 근본을 해결해 줄 수 없다
철학, 의학, 법을 "완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반항"한 것이 소름 돋게 했다. 시대에 맞서 "틀을 깨고 개척한다"는 점에서 더 작품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르누보 (새로운 예술)의 탄생이다.
그의 천장화는 대중과 정부로부터 외면받았다. 일부 비평가들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그는 그림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원래 작품이름은 "비평가들에게"였으나, 주변의 만류로 "금붕어"라고 바꾼다.
"금붕어"작품에서의 여인이 몸 형체와 머리카락이 정말 금붕어 같았다. 엉덩이를 보이며 조롱하고, 당신들은 작품을 볼 줄 모른다며 금붕어의 흐린 눈으로 조롱의 의미를 이중으로 부여해 작품을 창조했다는 점이 기발했다.
"내 작품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내 작품을 사랑하는 소수를 만족시키겠다. 나만의 세계를 지켜가겠다"의 패기는 나도 배우고 싶었다.
나는 이전에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을 때와 간호사로 근무할 때는 사실 '내 만족'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 맞춰갔던 시간들 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추구하는 철학을 지키며 멋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토벤프리즈"작품도 참 인상적이였다. 베토벤의 '환희, 자유'를 뜻하는 '베토벤 심포니 9번의 연주'와 함께 '자유'를 그린 그림과 일체 시키면서 단순히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들으며 감상하는 4D를 구현해 낸 그가 너무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라는 그의 메시지가 이해되었다. 빛의 시어터 베토벤 프리즈 작품은 노래 선율에 따라 각 그림들을 배치해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세 패널 중 첫 패널에 등장하는 부유하는 여인들은 ‘행복의 열망’을 상징한다. 인간의 연약함을 의미하는 세 명의 누드 인물들은 ‘황금 기사’로부터 구원과 보호를 구한다. 이들은 스스로 행복을 향해 나아가지 못한채 강력한 기사로 하여금 행복을 차아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갈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황금 기사는 다음 패널에 등장하는 ‘적의 무리들’ (질병, 광기, 정욕, 문란한 성, ‘방종’ 등과 같은 부정적인 삶의 감정들)과 싸워야 한다.
신들 조차 대적할 수 없는 티폰과 그 딸들, 질병과 광기 그리고 죽음, 욕망과 음란 그리고 방종, 찢어질 듯한 고통, 날아가버리는 인간의 소망을 그려낸다.
티폰(그리스어: Τυφών)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가장 강하고 무서우며, 엄청나게 거대한 반인반수다. 티폰은 신들조차 대항할 수 없는 두려운 악의 상징성으로 본다. 티폰의 딸은 가장 왼쪽의 세 여성을 말하는데, 각각 질병과 광기 그리고 죽음을 뜻한다. 그 옆의 고릴라는 생명체를 의미한다.
가장 오른편에 있는 세명의 여성은 각기 욕망, 음란, 방종을 상징한다. 욕망은 중앙의 금색머리를 하고 있는 여성, 음란은 붉은 머리 여성, 방종은 배나온 여성이다.
마지막 마지막 패널로 들어서면, 부정적이고 암울한 분위기는 희망과 행복의 시간들로 반전된다.
‘행복의 열망’은 악기를 들고 있는 인물이 읊조리는 ‘시’를 통하여 보답하고 ‘천사들의 합창’과 함께 이어서 ‘세상을 향한 입맞춤’ 에서는 벽화 내용의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행복을 향한 염원은 '시'를 통해 이뤄진다. 예술은 우리를 순수한 기쁨과 순수한 행복과 순수한 사랑만 존재하는 이념의 왕국으로 인도하고, 천상에 있는 천사드르이 합창을하며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이여! 온세상에 입맞춤을!" 이라는 메세지를 담는다.
가장 왼쪽에 합창하는 여성들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상징한다. 그리고 나체의 남석이 여성과 포옹하고 있는데, 이 나체의 남성이 첫 번째 벽에서 나온 기사다. 이 기사의 모습은 너무다도 편해보이는 뒷모습을 하고 있다. 기사가 갑옷을 벗은 채 등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안식을 찾았다는 의미다. 영웅적 모습을 풍기기 보단 여성의 품에 안긴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The kiss라는 작품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빗대어 자신과 연인 에밀리를 넣은 그림이다. "가질 수 없는 사랑"인 것인가. 갖지 못해서 더 열망하고 존경하는 여자였을 것 같다. 그림의 여자는 적극적으로 사랑해 보이지 않는다.
Gold 금의 '영속성'을 이용해 '영원한 사랑'을 표현해내다니! 작품으로 풀어내면서 금 이상의 가치를 만들었다생각한다.
작품이 겉으론 로맨틱해 보이지만 사실 '위태로움/불안정한 사랑'을 뜻하고 있어 나에게는 무언가 슬퍼 보이는 작품이었다. 마음을 계속 피하는 여자나, 갈구하는 남자가 말이다.
글을 굉장히 싫어했던 클림튼이, 사랑하는 연인 에밀리에게 무려 400여 통의 엽서를 보냈는데, 그중에 글과 함께 그림으로 보내 준 부분이 더 멋있고 로맨틱했다. 그 엽서들은 하나하나 다 작품이었다. 여유가 있다면, 나도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손그림 편지를 보내보자. 작품을 만들어내 보자.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르누보에 황금으로 보냈던 클림트가 가족의 죽음으로 그 화풍이 바뀌는데 어떤 감정이 이 붓질에 담겨있을지 생각하니 그림이 더 와닿았다.
2. 에곤 쉴레
15살 에곤쉴레가 26살 나이가 더 많은 클림트를 찾아가 자기를 제자로 받아달라 했다. 그러나, 클림트는 "왜 제자가 되려 하는가, 나와 함께 동료로 남아주게"라고 말했고, 나는 그의 태도에 존경스러웠다. 나이와 경험이 아니라 상대의 실력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모습이 아우라를 느껴지게 한다. 에곤쉴레가 반할만하다.
세계 최고의 예술학교 오스트리아 빈 아카데미를 가난해서 갈 수 없었으나, 학교선생님이 도와준다. 실력과 열정이 그를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생각한다. 나와 다른 점이다.
사담으로, 오스트리아 빈 아카데미를 히틀러가 지원했지만 2번이나 떨어지고 군사학교로 가게 되었다 한다. 입학성공했으면 전쟁이 안 났을까? 히틀러도 예술을 좋아했구나 싶으면서도, 입학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히틀러가 상상이 안 간다.
그는 그 시대에 유행이였던 "완벽한 비율과 성스러운 성"을 상징하는 비너스와 반대되게 그의 그림은 모두 뒤틀려있고 "불안정, 성욕, 죽음" 등의 1차원적인 감정들을 표현해 냈다. 코로나보다 치명률과 감염률이 높았던 스페인 독감에 죽어가는 사람들과 고고한 상류층들의 매독 유행을 보면, 그런 풍자 그림이 안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성직자와 수녀가 서로 부둥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의 그림은 충격이었다. 여기서 원제목이 "애무"였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나는 유교걸인가.
미성년자들에게 보여주기 힘든 그림들이 많다는데, 왜 인지 알 것 같다. 뒤틀린 그림체로 성교와 욕망등을 풀어낸 그림들이 많았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다.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와 동시에 오해를 받았지만, 가족의 죽음 경험하고서 " 사람들의 오해든 찬사든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며 현타가 왔다고 한다. 그 현타는 x-ray 처럼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 출력되어 나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아내 + 자신 + 꽃다발' 을 그렸을때, 그의 아내가 임신한 것을 알아채고, '꽃다발'을 '아가'로 바꾸어 그림 그린다. 완성하기도 전에 아내는 스페인 독감에서 죽음을 피하지 못했고, 그도 아가도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작품설명이 없었으면, 그저 그림에 불과했을 텐데, 스토리를 듣고나니 물감과 붓질에서 애환과 감정이 보이는 것 같다.
그의 일생은 마지막까지 열정적이었고, 화가였다.
3. 이브클랭
이제 그의 이름을 생각하면 "인피니트 블루"와 "괴짜"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신사실주의'라는 뜻이 무엇인지 확 와닿게 하는 작가였다. "당신이 보고 있는 모나리자는 진짜 모나리자가 아닌 붓으로 물감을 그린 그림일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캔버스에 파란색으로만 칠해 놓고 제목을 "파란색"이라 이름을 붙이며 작품이라 설명한다. 그가 말하기를, 이게 진짜 제목 그대로 파란색이라는 말이다. 신사실주의? 정말 신선한 접근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전시 팸플릿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빈 줄만 그려 넣었다고 한다. 이런 행위 자체가 설명이 없으면 무례하지만 그의 철학을 들어보면 참 신선하다. 그 아이디어 자체를 예술로 인정해 주는 "개념 미술"의 탄생하게 된다. 마치 뒤샹의 "샘"처럼 말이다.
왜 그림을 꼭 붓으로 그려야 하나? 나는 몸으로도 그린다! 해서 나체의 몸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 그림을 그릴 당시에 냉전시대로서 "자유"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작품성을 더 인정받는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서 "울트라 마린"의 컬러에 매혹된다. 제일 비싼 물감으로, 주로 예수 또는 성모 마리아 그림에만 사용된다. 하늘/바다가 주로 이 색깔인데, 뜻은 "무한함, 순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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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 영감 받아 "IKB =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라고 컬러이름을 특허 낸다. 그러나 실제로 특허를 받지 못하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는 "색깔을 특허 낸 남자"로 오래 기억되고 있다. 그의 창의적인 행보에 존경한다.
뒤몽셰라고 본인이 3층에서 뛰어내리는 사진이 박힌 신문을 작품으로 낸다. 사진과 신문 모두 가짜다.
그는 위와같이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지워 "자유"를 뜻하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정말 그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고 개척하는 사람이다.
그에게서 배운 점은, "생각의 틀에서 깨어나야 한다" 는 것이다.
4. 빛의 시어터 후기
워커힐 호텔의 역사가 담겨있는 지하1층 홀에서 진행이 된다. 그동안 세계적인 공연이 모두 워커힐 호텔 지하1층 가야금홀에서 이뤄졌고, 지금은 개조하여 이렇게 미디어 아트 공간으로 재창조 되었다고 한다. 관람석을 보면 아주 큰 고급 샹들리에가 있는데, 유일한 가야금홀의 흔적이라고 한다.
미디어 아트를 1시간 감상하면서 클래식 음악과 아트에 매료되었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흠뻑 젖고왔다. 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추천하고 싶다.
큰 공간감과 음악 + 그림의 조합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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