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데이트 일정 ]
1. 15:00 예술의 전당
2. 15:20 예술의 전당 테라로사 카페 - 티켓팅
3. 15:40 매드포갈릭
4. 17:00 마리아 칼라스, 엔큐 카루소를 위하여
(2시간 30분)
친구덕에 성악계의 전설 마리아 칼리스와 엔리코 카루소의 100년, 150년 주년을 기리는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초대권은 공연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선착순으로 티켓팅을 했다. 좋은 자리를 얻고자 더 일찍 왔으나, 예술의 전당이 너무 크다. 길치에게는 역시 일찍 온 보람이 없다. 난 왜 길치일까?
겨우 찾은 친구! 예술의 전당 1층 테라로사 카페에서 앉아서 영수증을 접어놓은 게 왜 귀여운지 찍어본다.
메드포갈릭에서 저녁 먹기♡ 메뉴는 친구가 참 기깔나게 선택한다. 늘 대만족.
볶음밥 마늘 풍미가 장난 아니다. 날치알과 마늘 크런치는 식감을 돋는다. 철판이라 따뜻함이 오래 유지되었다.
말해 뭐 해. 고기는 늘 옳다.
공연 시작이 얼마 안 남았다! 좌석 매진일까? 자리가 꽉 찼다. 우리가 앉은 좌석은, 앞자리인 건 좋았지만, 맨 끝자리라서 2시간 30분간 한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으니 힘들었다. 자막도 가려져서 조금 아쉬웠다.
좌석은 불편했지만 여운은 자기 전까지 남았다. 오늘 마음 속에서 브라보를 외치게 되는 무대를 보았다. 이런 귀한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영광이었다. 어머니 모시고 또 오고 싶은 무대다.
1부, 2부로 나뉘어 공연이 진행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투우사의 노래, 클라인자흐의 노래, 아! 그대인가, 내게는 천사 같은 딸이 있다네"였다.
"투우사의 노래"는 cf송으로 너무나 익숙해서 자꾸 유산균이 생각났다.
"클라인자흐의 노래"는 태너 최원휘 님이 "클락! 클락!" 아주 맛깔나게 잘 불러주셔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내게는 천사 같은 딸이 있었다네"곡은 왜 마지막 곡으로 넣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바리톤 양준모 님의 중후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는 정말 인상 깊었다. 연기력과 카리스마가 몰입하게 했다. 소프라노 홍혜란 님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와 연기력이 소름 돋게 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라 트라비아타의 "아, 그대인가!"이다. 아내 소프라노 홍혜란 님 단독 무대에, 남편 태너 최원휘 님이 무대 밖 대기실에서 목소리 깜짝 출연을 한 것이었다.
무대에 없는 사람의 목소리 난입에 친구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이것은 사실 남편 태너 최원휘 님의 센스임을 친구가 아래 링크를 보내주면서 설명해 줬다.
* '아, 그대인가!' 소프라노 리세트 단독 공연 중 평소 팬이었던 오페라 학생이 태너 파트가 빠진 걸 알아채고 객석에서 끼어들어 노래를 함께 부른 장면 : https://twitter.com/i/status/1480854184241020930
-> 이후, 학생은 리세트에게 찾아와 사과하였고 다른 사람들에게 권장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 곡은 남성 태너(알프레도)가 무대 밖에서 노래하고 그 노래를 들으며 여성 소프라노(비올레타)가 갈등을 느끼는 장면이라고 한다. 보통 오페라 단독 공연 중에는 소프라노 혼자 부르는데, 남자 태너가 곡에서 중요한 역할이라 소리가 비면 아쉬운 곡이라 한다.
소프라노 리세트가 단독 공연 중 관객으로 있던 오페라 학생이 센스있게 태너 부분을 채운 장면을 남편 태너 최원휘 님이 오마주 하여 아내 소프라노 홍혜란 님을 혼자 두지 않고, 무대 밖에서 듀엣을 한 것이었다.
두 분 정말 결혼 잘하신 것 같다.
1부와 2부 나누어 김문경 님이 두 전설 마리아 칼라스와 엔리코 카루소에 대해 재미있고 맛깔나게 설명해 주셨다.
마리아 칼라스는 소프라노의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전설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마리아 칼리스의 노래를 듣고 오페라를 사랑하게 되어 입문한다고 한다. 나도 들어봐야겠다. 마리아 칼리스에게는 반칙적인 사람으로 원칙을 고수하던 라이벌을 이겼다고 하는데, 해설님이 "예술은 원래 반칙이 이기는 법이죠"라며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그 외에도 "성공은 양날의 검", "실패보다는 실패감이 더 괴롭다"라는 말든은 재미있으면서도 와닿았던 것 같다. 대표작은 오늘 공연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토스카, 나비부인"이라고 한다.
엔리코 카루소는 세계 음반 역사상 최초의 슈퍼스 타였다고 한다. 그러나, 성공은 곧 독이든 성배가 되었고 그는 쉴세 없던 공연스케줄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1920년 말 급성 늑막염으로 쓰러져 1921년, 폐렴과 기관지 합병증으로 48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늑막염은 소모품입니다! 여러분! 태너도 사람입니다!"라고 해설님이 이야기하시는데 너무 웃겼다.
1902년부터 1920년까지 249장의 레코드를 남기며 "축음기의 황제"로 불렸으며, 카루소가 죽은 지 4년 뒤에 마이크가 도입되었다고 한다. 현재 레코드 말고는 그의 목소리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이탈리아 쏘렌토에 "카루소 스위트룸"호텔이 있는데, 단순한 호텔을 넘어서서 그가 쓰던 물건과 그 양식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박물관이자 호텔방이었다. 가격은 1박에 900만 원으로 1주일 숙박하면 연봉이 날아간다한다.
이렇게 공연 중간에 있는 해설은 작품을 더 깊고 아름답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셔서 이 두 전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구성도, 실력도, 센스도 모든 것이 완벽한 2시간 30분이었다. 좋은 무대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마워 친구야.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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